한 테니스 선수가 코트 위에서 두 무릎 사이에 라켓을 끼운 채 반으로 접혀 있었고, 금발 포니테일은 아래로 곧게 떨어져 노란 느낌표처럼 걸려 있었다. 방금 놓친 샷에 대한 극심한 좌절이거나, 전광판 점수가 촉발한 짧은 실존적 위기로 읽히는 몸짓이었다.
테니스 중계가 득점 사이의 선수 모습을 길게 보여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감정의 폭이 낮 시간대 드라마에 맞먹는다. 이 선수는 그 모든 반응을 접힌 한 프레임에 응축했다. 움켜쥔 라켓, 숙인 머리, 물음표로 휘어진 척추. 관중에게는 실망한 선수가 보였다. 사진가 눈에는 "매치 포인트, 거절당함"이라는 제목으로 현대미술관에 걸릴 구도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