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수가 네트 쪽으로 허리를 숙여 굴러온 공을 주웠고, 카메라는 경기 중 집중 표정이 볼보이 일을 직접 해야 하는 가벼운 귀찮음으로 전환되는 바로 그 프레임을 잡았다. 등 뒤로 비어 있는 코트와 앞으로 숙인 자세가 맞물려 사진학 교재에 실릴 법한 구도가 완성됐다. 파일명은 '완벽한 타이밍, 전혀 우아하지 않음' 정도.
테니스 코트에는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 죽은 시간이 있다. 그 사이 선수는 공을 줍고, 스트링을 매만지고,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중계 화면에는 잡히지 않는 시간이다. 스틸 사진에서는 그 시간이 주인공이 된다. 이 선수는 몸을 숙여 공을 잡고 3초 만에 다시 일어섰다. 카메라는 그중 1,000분의 1초만으로 충분했다.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에 서명한 이유가 볼보이 업무는 아니었다는 얼굴로, 일을 하는 중간에 선수가 얼어붙었다.